[비즈체크 =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왕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운명, 권력,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져나간 슬픈 사랑이었다.
14살의 ‘마리 앙투와네트’ 오스트리아 공주는 프랑스로 시집을 오게 되었다. 프랑스 왕실과 정치적 동맹을 위한 정략 결혼이었고, 사랑과는 먼 이야기였다. 그런 마리에게 낯선 왕국에서 처음 만난 루이 16세는 그저 정치적 파트너일 뿐이었다. 루이 역시 그저 자신의 왕국을 위해 해야 하는 결혼일 뿐이었다.
베르사유 궁전
결혼식날 오스트리아에서 온 어린공주, 프랑스 왕국에서 첫발을 내딛은 그녀는 자신이 가진 사명감과 의무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루이 16세도 그저 의무적으로 결혼을 행 할 뿐이었다. 두사람 모두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왕실간 결혼이므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혼식 후 첫날 밤, 마리와 루이의 관계는 처음부터 거리감이 있었다. 그들 사이엔 서먹한 침묵만이 흐른다. 마리의 눈빛은 전혀 껴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불편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다가가는 것에 불편함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라며 루이는 첫날밤 다른곳으로 물러 갔다.
그후 여러번 만나는 동안 배려심 많고 매너도 훌륭한 루이에게 마리는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 자신을 깨달았다. 그는 왕이자 남편으로서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씨에 호감을 느꼈던 것이다.
아무도 의지할수 없는 타국에서 마리 앙투와네트는 그동안 불안에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하나하나 해소 되면서 루이에게 의지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는 점차 루이의 진지함과 온화함에 감동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잘못하는 마리는 소통의 문제로 왕비로서 입지가 좁아 그녀는 궁중생활을 매우 힘들어 했다.
루이16세, 마리 앙투와네트
그러던 어는날 루이는 함께 정원을 산책하면서 마리의 힘든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겪고 있는 외로움과 부담에 대해 자신을 자책하며 그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는다.
“내가 조금 더 신경 쓰겠소, 프랑스어가 늘면 차차 좋아질거니 너무 걱정 마시오”
루이의 말을 듣고 자신이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사람은 왕과 왕비가 아닌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루이의 마리에 대한 사랑은 후궁을 한명도 두지 않은 것으로 그 진정성이 나타난다.
마리 앙투와네트와 공주 그리고 왕세자
그렇게 둘은 사랑을 하며 공주와 왕자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샘 많은 신의 질투였는지 그들의 사랑이 깊어지는것과 무관하게 프랑스왕국의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민중의 불만과 경제적 위기는 두 사람의 개인적 행복을 위협했다. 결국 프랑스 혁명이 다가오고 루이와 마리는 더 이상 왕궁에서의 삶을 지속 할수 없게 되었다.
루이 14세의 폭정과 루이15세의 무능으로 누적된 재정의 고갈과 흉년, 계속된 불경기로 민심은 흉흉해져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었다.
마침내 1789년 바스티유감옥 습격사건을 시작으로 프랑스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왕국의 권력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민중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점점더 정국은 혼미해지고 왕권이 지배력을 잃어갔다.
모든 분노의 화살은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를 향하여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바스티유 감옥 습격사건
정국이 점점 불안해지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마리 앙투와네트는 루이와 함께 친정인 오스트리아왕국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도중에 혁명군에게 체포되어 파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사건은 왕권에 대한 민심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처형될 운명이 되었다.
1793년 루이16세는 혁명군에 처형당했다. 그리고 마리 앙투와네트도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너무 억울한 죽음 이었지만 어쩌랴!, 혁명은 그들을 무너뜨렸고 그들의 사랑도 같은 단두대에서 하늘나라로 동행 하였다.
정략적 결혼으로 시작되었지만 결코 순수하고 지고 지순한 사랑은 아니었으나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마지막을 맞이한다.
역사속에서 마리 앙투와네트는 여전히 복잡하고 억울한 감정으로 남아있다. 정치도 모르고 참여조차 할수 없었던 그녀, 영문도 모른채 성난 민중앞에 끌려나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때 과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단두대로 끌려가는 마리 앙투와네트
오늘날 루이와 마리의 이야기는 단순한 왕실의 비극을 넘어, 그들의 사랑은 희망처럼 피어났고, 또 절망처럼 무너졌다.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년간 근무하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로마의 역사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등에서 직접 ‘한달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하는 열혈 역사 연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