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27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HYDROGENNEXT: 글로벌 수소경제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계 관계자, 정부 정책 담당자, 연구기관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글로벌 수소산업 동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 발표에서 정만기 KIAF 회장은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며 "수소 생산·소비뿐만 아니라 전해조(Electrolyzer) 제조, 수소트럭·버스 보급 등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수소 생산량의 30%, 소비량의 29%를 차지하며, 전해조 제조 역량도 글로벌 시장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수소모빌리티, 수소환원제철, 수소발전 및 수소·암모니아 운반선 등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만큼, 해당 분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 회장은 "수소 모빌리티 분야의 경우 중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대용량 수소충전소 구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수소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우혁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수소경제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도 "민관 협력을 통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며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수소 생산비용은 kg당 평균 10,162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6,000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위해 청록수소 기술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상목 원장은 "메탄 열분해 방식의 청록수소 생산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제조하고, 생산비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날 발표에서 철강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한 ‘수소환원제철(HyREX)’ 공정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김정일 포스코 수석은 "100% 수소 기반의 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친환경 철강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수소모빌리티 확산 전략을 공개했다. 김용태 현대차그룹 상무는 "수소전기차 넥쏘가 글로벌 시장에서 4만 대 이상 판매됐으며, 2024년 상반기 새로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보급을 확대해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수소 인프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임재준 하이넷 부사장은 "현재 국내 수소 충전소의 경제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충전소 운영 손실 보전, 연료비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해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이 글로벌 수소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수소 산업의 성장은 정책 지원, 민간 투자 확대, 기술 혁신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