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롯데건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한 1조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추진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이 계속되는 가운데, 롯데건설은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롯데건설 본사는 1980년부터 사용해온 건물로, 자산 가치는 약 5천억 원으로 평가된다. 해당 부지는 1만㎡ 규모로 공동주택 개발이 가능해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었다.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부채비율을 1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경상이익이 1천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본사 매각 외에도 전국 자재 창고 부지, 임대주택 리츠 지분 등 여러 부동산 자산 매각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1조 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1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은 롯데그룹 전체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비핵심 사업 및 자산 매각을 본격화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롯데건설은 2022년 6조8천억 원에 달하는 우발채무 문제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계열사 대여·출자 및 2조3천억 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펀드를 조성하는 등 여러 조치를 통해 지난해 우발채무를 3조9천억 원까지 줄였지만, 건설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을 잇달아 하면서 업황 전반이 좋지 않은 점도 롯데건설이 선제적인 재무 개선에 나선 배경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 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된 상황에서 미리 자산을 정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건설이 본사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은 시장에서도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 전략이지만, 기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본사 건물까지 매각해야 하는 것은 그만큼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롯데건설 본사가 매물로 나올 경우 다수의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매각 이후 롯데건설이 어떤 방식으로 사옥을 운영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자체 개발,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분석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이 그룹 전체 유동성 개선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재정난의 신호탄이 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