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저자 등이 공동출간한 노동과 ESG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기후 위기와 디지털 전환이 급물살을 타는 시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노동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ESG가 단순한 기업 경영 전략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노사 협력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출간된 『노동과 ESG』(서울과학종합대학원·산업정책연구원 공동 기획)는 ESG 경영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과 노동조합의 역할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실천적 해법을 제시한다.
이번 책을 기획하고 공동 집필한 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전 LG그룹 CSR총괄 부사장)은 "ESG가 지속 가능성을 논하는 데 있어 노동이 빠져서는 안 된다"며 "『노동과 ESG』는 ESG 실천에서 노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탐색하는 필독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ESG 경영에서 노동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으며, 이번 저서를 통해 노동조합과 기업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는 『노동과 ESG』 출판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ESG가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업종·지역·국가로 확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그동안 ESG는 사용자가 주도하며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제는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노사가 함께 ESG를 실천해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산업정책연구원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노동과 ESG> 출판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매일노동뉴스]
◇연기법으로 본 ESG와 노동의 상호 의존성
『노동과 ESG』는 ESG와 노동의 관계를 불교의 연기법(緣起法)과 연결해 설명한다. 연기법이란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서로 의존하며 변화한다"는 원리를 뜻한다. 이를 노사 관계에 적용하면, 기업과 노동자는 서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함께 존재하며,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도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노동의 가치가 보장되며, 노동자가 보호받아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ESG의 ‘사회(Social)’ 영역에서 노동권 보호, 공정한 임금, 안전한 근로환경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SG를 도입하면서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노동조합과의 협력을 배제한다면 이는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는 접근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호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노사ESG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노동조합과 기업이 협력할 때 ESG는 단순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과 ESG의 연계
과거 노동조합은 주로 임금 인상과 근로 환경 개선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ESG 시대에는 노동조합도 사회적 책임(USR, 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수행하는 주체로 변화해야 한다. 『노동과 ESG』는 노동조합이 ESG 실천 과정에서 ▲기후 변화 대응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노동권 보호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노동계에서도 ESG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날 세미나에서 오학수 일본노동정책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일본 최대 노동조직인 렌고는 ESG를 고려한 노동자 자본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며, 기업별 노조도 인권 보호와 ESG 실천을 위한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노사 협력의 장으로 확대해야
이날 세미나에서는 ESG가 노사 공동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김현식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노사ESG 최고위과정 부주임교수는 "ESG는 기업의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며 "노사가 협력해 정의로운 전환과 노동 친화적 ESG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수준에서의 ESG 실천과제로 ▲경력개발 ▲최저노동기준 ▲다양성 존중 ▲정의로운 전환 협의 ▲원·하청 동반 협력 등을 제시했다.
마지막 패널토론에서는 ESG 실천과 미래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박은경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이 토론자로 나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 김경식 대표는 "ESG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노사가 함께 협력할 때 ESG의 진정한 가치가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독서
『노동과 ESG』는 ESG 경영을 고민하는 기업 경영자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리더, 정책 입안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도 필독서가 될 것이다.
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은 "노동 없는 ESG는 불완전하다"며 "ESG 실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자는 ESG 실천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협력하는 전략을 배울 수 있고, 노동조합 리더는 ESG 시대에서 노동조합이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역할을 탐색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입안자는 ESG 정책과 노동정책의 연결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며, 시민사회는 노동 없는 ESG가 불완전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ESG 시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사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노동과 ESG』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ESG 실천이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니라 노사가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협력적 접근 방식임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ESG 실천 모델을 제시하는 필수 지침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