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홍선기 기자] 최근 홍명보 축구대표팀 선임을 둘러싸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찬반 양론이 비등한 가운데 정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스타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한 현대산업개발의 오너인 정몽규 회장(62)은 그의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2005년 77세로 작고)과 같이 학구파 경영인으로 통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왕족과 귀족들이 리더십 덕목으로 배우는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경제학 석사를 취득했을 정도로 현대그룹 가문에서 ‘공부 잘한 오너’다.
최근 ‘30년 축구인생을 되짚어보는 자서전 에세이 ’축구의 시대‘를 출간할 정도로 독서와 작문 등에 능하다. 이는 영국 유학 시절 대학원 교수로부터 1대1 수업을 받으면서 하루에 3권 이상의 책을 숙제로 읽었던 게 습관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인들은 말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9일 강원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풋살클럽 대항전 '2024 FK CUP' 대회 개막을 축하하는 올스타전 경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요즘도 출근하면 스탠딩 데스크에 일간지를 펼쳐 놓고 종합지 경제지와 스포츠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공부가 몸에 밴 것은 부친 고 정세영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포니정‘으로 외국에서 더 유명한 정세영 회장은 형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동생 중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세영이를 미국에 유학 보내야 한다”고 지원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었다. 현대건설이 한때 부도위기에 몰릴 만큼 어려웠을 때 정세영 회장은 유학비를 제대로 송금받지 못해 영양실조로 머리카락이 다 빠져 일찍이 대머리가 된 것으로 현대가엔 알려져 있다.
그만큼 지독하게 공부를 한 정세영 회장은 외아들인 정몽규 회장에게도 “쉬지 말고 공부하라”고 강조해 정몽규 회장이 평생 책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편 주변 관계자들은 “정몽규 회장이 다독을 많이 해 유식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 것은 경영자로서 결함”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박학다식해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이번에도 일반 여론을 참고하지 않은 채 홍명보 축구대표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어붙인 것도 이런 성격 탓이라는 것이다.
정몽규 회장은 너무 꼼꼼하면서도 보수적이라는 평가다. '형제의 난‘을 통해 현대자동차를 차지했던 정몽구 명예회장의 공격적인 스타일과는 대조적이다. 정 회장을 잘 아는 한 지인은 "그가 꼼꼼하다 못해 다소 소심한 성격을 지닌 것은 철저하게 교육을 받은 그의 성장과정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 연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한국을 ’월드컴 4강 신화‘로 이끈 정몽준 회장에 이어 축구협회장을 맡은 정몽규 회장은 30년 이상 계속해서 현대가에서 축구협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 건물 바로 맞은 편, 아산정책연구원 옆에 지난 2일 포니정재단 빌딩을 준공한 것도 축구협회장 연임에 대한 소망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포니정재단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PONY 鄭(포니정)' 고 정세영 HDC그룹(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혁신과 도전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장학사업을 중심으로 인문학 분야의 지원과 함께 우리 시대의 혁신가를 격려하는 포니정혁신상과 영리더상과 같은 상찬 사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어쨌든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이래 우대해온 외국인 감독 대신 국내 선수출신인 홍명보 감독 선임을 계기로 조직을 정비해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홍명보 후임감독 등 미래청사진도 차분하게 준비하기를 축구인들은 희망하고 있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포니정재단은 지난 2일 포니정재단빌딩 준공을 기념하는 제막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김진현 前포니정재단 이사장, 최중경 포니정재단 이사(한미협회 회장), 주선회 포니정재단 이사(변호사), 박영자 여사(고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 부인),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최욱 원오원건축사무소 대표. [HDC현대산업개발 제공]